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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완전정복 – 감성 여행자를 위한 3박 4일 코스

by swpark27 2025. 5. 26.

로스앤젤레스 전망대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여성 여행자

계획 없는 여행이 주는 자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서 피어나는 감동. 로스앤젤레스는 그런 여행에 잘 어울리는 도시다. 햇살과 예술, 자유로운 분위기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이 도시에서는 걷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새로운 감정들이 마음속을 채워준다. 이번 글에서는 감성 여행자를 위한 3박 4일 코스를 중심으로, 직접 체험한 장소들과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나누고자 한다. 평범한 관광지가 아닌, 진짜 로스앤젤레스를 느낄 수 있는 감성 여정을 소개한다.

1. 여행의 문을 여는 곳 – 피공장(LAX)과 산타모니카 해변의 하루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빛"이었다. 도심이 아닌 하늘에서부터 비추는 따뜻한 햇살은 그 자체로 환영의 인사처럼 느껴졌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야자수, 컬러풀한 벽화들, 바쁜 도심과 여유로운 이방인의 시선이 교차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그려낸다. 숙소는 산타모니카 인근의 로컬 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고층 빌딩 대신 단층 구조의 아늑한 공간. 호스트가 추천해 준 도보 여행 코스대로 해변까지 걸어갔다.

산타모니카 해변은 영화 속 장면처럼 활기찼다. 하지만 나는 그 활기 속에서도 고요함을 느꼈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을 따라 천천히 걷고,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근처의 퍼시픽 파크에서 젤라또를 하나 사서 맛보는 것도 좋았다. 한 입에 들어오는 달콤한 맛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만들어낸 조화는 도시의 첫인상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저녁에는 해변가 작은 이탤리언 식당에서 파스타와 와인을 곁들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쁜 일정 없이, 느리게 걷고 충분히 바라보는 하루. 여행의 시작을 이렇게 차분하게 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는 특별하다.

2. 감성 속을 걷다 – 멜로즈 거리와 로컬 카페의 하루

여행 둘째 날, 나는 로스앤젤레스의 개성과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멜로즈(Melrose) 거리로 향했다. 이곳은 유행을 이끄는 셀럽과 예술가,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섞여 있는 독특한 거리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Paul Smith Pink Wall’. 분홍 벽 앞에서 인증숏을 남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잠시 사진을 남겼지만, 곧 시선을 돌려 사람 없는 골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작은 중고책방과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카페는 멜로즈 거리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고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아이스라테 한 잔과 함께 책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 풍경이 배경화면처럼 펼쳐졌다.

이날 오후는 주변 골목을 산책하며 로컬 샵들을 구경했다. 각각의 샵마다 자신만의 색이 있었고, 작가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손으로 그린 엽서 몇 장을 기념으로 구입했다. 저녁에는 ‘Gracias Madre’라는 채식 멕시칸 레스토랑을 찾았다. 야외 정원에서 식사를 하며 초저녁의 로스앤젤레스를 느끼는 건 정말 낭만적이었다. 반짝이는 전구 조명 아래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음에 새겼다. 멜로즈 거리의 감성은 빠르게 흘러가는 관광보다, 한 걸음 느린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여유로움에 있었다.

3. 도시 너머의 순간 – 그리피스 전망대에서 마무리하는 여행

여행의 마지막 날,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그리피스 전망대(Griffith Observatory)로 향했다. 차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서 점점 멀어지는 도시의 풍경은 마치 무대 위의 세트처럼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넓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로스앤젤레스 전경은 그 자체로 영화였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봤다. 저 멀리 할리우드 사인이 작게 보이고, 어제 걸었던 멜로즈 거리도 어렴풋이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그리피스 전망대 안에는 천문 전시관도 있어 별과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해준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우주 영상을 보고 있는 현지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이 도시의 일상과 여행자가 교차하는 경계를 느낄 수 있었다. 오후 늦게, 전망대 옆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걸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 조용한 길 위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번 여행을 되짚어보았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많은 곳을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잠시 멈춰 서는 용기와 하늘을 바라볼 여유였다. 로스앤젤레스는 그걸 가르쳐준 도시였다.

마무리 – 감성 여행자의 마음에 남는 도시

로스앤젤레스는 단지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머물 수 있는 도시다. 계획 없이 걸으며 우연히 만나는 카페, 해변에서 혼자 바라보는 노을, 그리고 여행 중 문득 찾아오는 사색의 순간들. 이번 3박 4일 여정은 그런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졌다. 누군가 이 도시를 화려하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이 도시의 느린 속도와 잔잔한 순간들이 더 좋았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든 간에, 로스앤젤레스는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꾸게 만들 것이다.